켈트 신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한 분야라 정보가 거의 없네요. 그 유명한 '아서 왕 전설'도 기본 바탕은 켈트 신화지만 프랑스 민화나 기독교 교리 등 여러가지가 짬뽕된 중세 문학이고...
서브컬쳐 분야에서도 켈트 신화를 그나마 중점으로 다룬 건 넥슨의 마비노기나 타입문의 Fate 시리즈 정도? 그 외에는 신화 내용보단 이름만 따온 정도니...
※ 시즌 3 마지막 에피에 통합본 올라와 있습니다 (#)
얇은 곳 (Thin Place)
켈트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사후 세계 같은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의 경계가 아주 얇은 곳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을 말 그대로 "얇은 곳 (Thin Place)"이라고 불렀습니다. 일종의 관문이자 장막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곳이죠.
실재하는 장소 외에도 계절이 변화하는 순간도 시간의 경계가 앏아지는, 즉 "얇은 곳"으로 보았습니다. 켈트인들은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때를 한 해의 시작이자 현실 세계와 영적 세계의 경계가 가장 얇아지는 시기로 보았습니다. 이때 경계를 넘어온 요정들과 혼령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횃불을 들고 마을을 돌아다녔죠.
이 시기가 바로 서우인(삼하인)으로, 10월 31일 ~ 11월 1일 - 즉 핼러윈(할로윈)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모건 르 페이 (Morgan le fay)
아서 왕 전설에 등장하는 요정입니다. 페이(Fay)는 프랑스의 민간 전승에 나오는 여자 요정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미녀에게 잠자는 주문을 걸거나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를 꾸며준 게 바로 페이들이였습니다.
모건 르 페이는 아발론의 주인으로, 아서 왕 전설 초기 판본에서는 상처입은 아서 왕을 치료하고, 훗날 아서 왕이 부상으로 죽기 직전 아발론에 받아들이는 등 선역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문화가 유입된 이후에 나온 판본에서 모건 르 페이는 아서 왕의 배다른 누이이자, 아서와 기네비어를 적대하는 인물로 변하게 됩니다. 랜슬롯을 유혹하려다 실패하자 랜슬롯과 기네비어의 불륜을 폭로하고, 조카 모드레드를 부추겨 원탁을 파멸로 몰고가죠. 그러나 마지막엔 초기 판본처럼 죽어가는 아서 왕을 치료하기 위해 요정들이 사는 아발론으로 데려가는 등 상당히 복합적인 인물로 나옵니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모건 르 페이는 위 인물에서 모티브를 딴 빌런으로, 전설처럼 아서 왕과 카멜롯의 주적입니다. 모드레드를 이용해 1대 블랙 나이트인 스칸디아의 퍼시벌 경을 죽이나 멀린에게 봉인당하는 바람에 현대까지 그 봉인을 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메이저 빌런인 닥터 둠과는 마법 외에도 이런저런 사이긴 한데...
영화화 예정인 《이터널즈》의 블랙 나이트는 2대라서 직접적인 관련은 아마 없을 겁니다.
여담으로 DC 코믹스도 같은 인물에서 모티브를 딴 빌런으로 모건 르 페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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