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Ts' vault
귀차니스트의 심심풀이 공간
[번역] 사쿠라 스피릿(Sakura Spirit) - 1

가슴이 시키는 충동지름 $ 7.49...

 

캐릭터 CG를 제외하면 그냥 비주얼 노벨이라... 이걸 전부 번역하는 게 옳은 건지 고민되지만, 게임(소설)을 사 놓고도 CG 수집용 혹은 라이브러리 장식용으로 남겨놓는 분들이 있을까봐 일단 도전해 봅니다.

 

흥미롭게 보셨다면 -> http://store.steampowered.com/app/313740/

 


 

 

 

누구에게나 추구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그저 불가능한 것을 얻고 싶어하는 어린애 같은 환상' 이라는 걸 깨닿게 되고 만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꿈을 이뤄낸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그저 엄청나게 운이 좋았기 때문인가?

 

 

아빠:
모든 남자들에겐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지.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정말로 중요한 사실이 있단다...
진정한 남자라면, 제 아무리 엄청난 곤경이 닥쳐와도 꿈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지!

 

지금도 아빠가 종종 하던 그 어처구니 없는 말이 기억난다. 한심한 말이긴 해도 그 말은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어렸을 적 부터 난 무술에 흥미가 있었다. TV에서 경기를 보거나, 용감무쌍한 무술가가 나오는 만화를 보는 등...

 

언젠가 무술가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물론, 히어로(영웅)가 되기 위해서 무술을 배우고 싶어한다는 게 좀 유치하다는 건 인정한다. 나이를 먹고 나니 슈퍼히어로가 상상 속의 존재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내 힘으로 다른 이들을 돕고자 하는 바람은 변하지 않았다.

 

내 이름은 타카히로 구시켄. 17살의 떠오르는 유도 스타다. 그리고 이건 우쭐대는 게 전혀 아니다. 난 정말로 2주 후에 내 경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과 좋아하는 운동의 국가 대표가 된다는 것 덕분에 당연히 크게 흥분했지만, 바로 그 흥분 때문에 엄청나게 초초한 기분이다.

 

그런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 때, 창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요미:
어이! 타카! 서두르지 못해!!

 

타카히로:
알았어! 당장 갈게, 코요미!

 

코요미를 계속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난 재빨리 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여전히 파자마 차림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타카히로:
코요미, 잠깐만. 신발만 신고 나면 등교할 수 있어.

 

코요미:
정말? 우리 학교 복장 규정에 잠옷도 되는지는 몰랐네, 이 바보야!
그나저나 멋진 파자마네. 엄마 꺼 빌린거야?

 

잠시 동안 눈을 내려 보고, 정말로 파자마 차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짜증스러운 신음을 내뱉고선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타카히로:
흥, 내 파자마가 뭐 어때서! 황금의 기사는 서양에서 인기있는 만화 히어로야!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벗은 채로 자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내 뒤에 있는 여자애의 존재는 전혀 신경쓰지 못한 채, 난 중얼거리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코요미:
그-그건 딱 한 번 그랬을 뿐이야! 그날 밤이 엄청나게 더웠다는 건 너도 알잖아!

게다가 뭐야! 내 앞에서 옷을 벗을거면 경고라도 해, 이 바보야!

 

타카히로:
어렸을 땐 신경도 안 썼으면서 뭘. 아니면 돌아서 주길 바라는 거야?

 

코요미:
싫어! 멈춰! 엉덩이를 차버릴 테야!

 

그녀를 적당히 골려준 것 같아 난 재빨리 바지를 챙겨 입고, 교복을 입기 전에 남아있는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타카히로
게다가, 내가 이렇게 심란한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코요미:
너 최근 엄청 산만하긴 했어. 그 텅빈 머리가 뭔 일이기에?

 

타카히로:
조만간 있을 시합 때문에... 국제 무대의 경력이 달려있는 걸 알면서도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걸.
내가 지어낸 세계 멸망 시나리오들로 아포칼립스 장르를 가득 채울 수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야.

 

 

코요미:
아, 그래, 유도 그거구나. 너라면 아무 문제 없을거야.

네 경기를 좀 봤는데, 끝내주더라! 그러니까 정말로 걱정이 된다면, 참배라도 해 봐!

 

타카히로:
참배?

 

코요미:
뭐야, 설마 모르는 거야? 학교 전설 중 하나잖아. 숲 속에 신사가 있는데, 거기서 참배를 하면 행운을 가져다 준데.
이치카와 말로는 자기 누나가 시험 전 날 참배를 했더니,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고 하던데!

 

타카히로:
...행운을 주는 신사라고? 믿기 힘든 소리긴 하지만, 지금 내 처지엔 뭐라도 해봐야 겠지.
반 애들한테 그 신사의 위치를 물어봐야 겠네. 숲 속에서 길을 잃고선 일본판 타잔이 되는 건 사양이야.

 

코요미:
음, 좋을대로 해. 찾으러 갈 거라면, 적어도 나한테 문자라도 보내줘.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또 지각한다?

 

타카히로:
히어로는 너무 일찍 가지 않는 법이지... 너무 늦는 것도 아니지만.
언제나 필요할 때 딱 맞춰서 등장하지![각주:1]
방과 후에 남지 않을려면 서두르자.


코요미:
그건 마법사지 영웅이 아니네요, 천재 씨! 운동에 미쳐있으면서 동시에 오타쿠인게 가능해?

 

타카히로:
카사노바와 올해의 인물 후보를 잊지 말자고, 다 필수적인 정보야.

 

코요미:
넌 그 둘 중 아무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잠옷 소년...

 

타카히로:
어쨌든, 이제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대담하게 나아가자[각주:2] - 학교로!

 

코요미:
윽, 이 오타쿠!

 

 

수 시간 후

 

 

오후가 되서야 가까스로 반 애들에게 코요미가 말했던 신사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오늘 시간표의 마지막은 체육관이었고, 모두가 집으로 갈 준비를 하던 중 난 남자애들에게 다가갔다.

 

 

타카히로:
이치카와! 네 누나가 행운을 주는 신사를 발견했다는 게 사실이야?

 

이치카와:
오호! 어디 보자, 너도 내 누나와 데이트를 하고 싶은가 보네.

음, 내가 보기에도 꽤나 매력적이긴 하지만, 이미 다른 누군가와 사귀던 것 같더라.

너가 누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타카히로:
난 이미 코요미 하나 만으로도 벅차니까, 네 누나는 내버려 둬도 돼.
농담은 집어 치우고, 내가 관심있는 건 그 신사야.

누나가 신사를 어디서 찾았는지 말 한적 있어? 도장에서 떨어진 숲 근처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치카와:
아. 음... 강 근처라고 했던가? 그리고 꽤 높은 곳이라고 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별로 주의깊게 듣지 않았거든.
그러니까, 윗도리만 입고 있었는데, 꽉 끼는게 진짜...

 

타카히로:
그만! 그만해! 그런 세세콜콜한 것까진 필요 없어.

게다가 네 누나에 대한 망상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고. 누구 그 사원에 대해 들어본 사람 없어?

 

반 애:
너네 혹시 숲에 있는 행운의 신사 말하는 거야?

 

타카히로:
그래, 바로 거기야! 이치카와네 누나 말로는 그 근처에 강이 있다던데?

 

반 애:
그거 까진 모르겠는데, 아사쿠라 도장에 있는 성격이 사나운 여자애라면 더 알거야.

 

이치카와
잠깐만... 아리야 씨 말하는 거야? 조그만하고, 힘 세고 무서운?

 

반 애:
맞아!

 

 

이치카와:
아! 그렇다면 내가 조금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네, 타카히로. 거기가 어딘지는 알거든!

 

타카히로:
아리야 선배가 평상시처럼 장난치러 나타난 널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난 번에 막 훈련을 마치고 난 선배를 엿보려다가 뭔 일을 당했는지 굳이 상기시켜줄 필요는 없겠지?
현장엔 피, 땀, 그리고 눈물도 있었지...

 

이치카와:
다-닥쳐! 엿보러 간 거 아니라고! 그거 중상모략이야, 확 고소해 버린다!

난 연습 후 아리야 씨가 샤워 하고 있을 때 탈의실을 몰래 들여다 본 적이 없다고!

 

타카히로:
아, 그럼 선배 알몸을 보진 못한거네?

 

이치카와:
벌거벗은 가슴을 살짝 보긴 했지만, 나무에 난 구멍으로 보려니 잘 보이진 않더라고.

 

타카히로:
답 나왔네. 누가 경찰에 신고해, 훔쳐보기 좋아하는 이치카와가 드디어 자백했다.

 

나는 장난스럽게 이치카와의 어께를 두드리며,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려 가방을 집었다.

 

타카히로:

어쨌든, 도와줘서 고마워, 이치카와. 판사에게는 심문에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전해 줄게.

 

이치카와:
이건 반칙이야! 난 강요받았다고! 변호사와 이야기 하기 전까진 아무 말도 안할거야!

 

 

방과 후 반 애들로 부터 알아낸 약간의 정보에 운을 걸어보기로 결심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리야 선배는 오늘 도장에서 훈련을 시작하려던 참이겠지.

 

당연하지만 선배를 알고 있다. 선배도 나 처럼 유도 선수니까.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 선배는 중요한 토너먼트에 출전하라는 초청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타카히로:
아리야 선배, 계세요?

 

선배의 이름을 소리쳐 부른 후, 자전거를 근처에 세워두고선 선배를 찾아 돌아다녔다.

 

아리야:
이얍! 이얍! 이야얍!

 

타카히로:
흠, 소리를 따라가보면 선배를 찾게 되겠지...

 

마치 가상의 상대와 대련하는 것 마냥 훈련에 열중해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선배에게 다가가 살짝 놀래켜 주기에 좋은 기회일지도?

 

가능한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몰래 선배에게 다가가서는 어께에 손을 얹었다.

 

타카히로:
아리야--

 

어께에 손을 대자 마자, 아리야 선배가 반응했다.

선배는 내 손을 잡더니, 큰 기합과 함께 체중을 담아 어께로 날 넘어트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감자 포대마냥 땅에 부딪치기 전에 충돌에 대비하는 것 뿐이었다.

 

 

아리야:
이얍! 이 위대한 쿠노이치 아리야에게서 숨을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오! 타카 도령! 너였는 줄은 몰랐군! 미안하군, 괜찮나?

 

타카히로:
쿠노이치요? 태즈메이니안 데블이겠죠...

그 집어던지기엔 자비라곤 없던데요.

 

아리야:
경기장에 자비란 건 없어, 타카 도령. 남은 2주 간 그걸 깨우치는 게 좋을 거야!

어디보자... 대련 상대를 부탁하려고 온 거겠지?

 

타카히로:
부탁할 게 있어서 온 건 맞지만, 약간의 대련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리야:
그래? 부탁할 게 뭐지? 대련이라면 오후 내내 할 수 있으니까 조금 쉬는 것도 좋겠지.

 

타카히로: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선배, 선배는 크고 중요한 시합에 종종 나갔었잖아요.

그런 중요한 순간 직전에 긴장되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아리야:
아, 그랬지. 하! 한번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부엌 찬장에 숨었다가 아빠한테 잡혀서 차로 끌려간 적도 있었지.

물론, 한 8살이였나 그랬을 때 이야기지만.

 

타카히로:
음, 시합 때문에 어디 숨는 건 당연히 할 수 없겠죠.

그런데 친구들 중 일부가 어디 가서 참배를 하고 오라는 등 좀 바보같은 제안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시점에선 제 긴장감을 덜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하거든요.

 

아리야:
타카 도령, 그거 진심인가?

 

타카히로:
시합 말인가요? 당연하죠! 전 걷기 전부터 유도를 해 왔어요!

이건 제가 국가 대표가, 제가 좋아하는 운동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에요!

 

아리야:
흠...

 

선배는 한 동안 손가락으로 턱을 치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마침내, 선배는 손가락을 퉁기고선 갑자기 나를 꽉 붙잡았다.

 

아리야:
좋아! 신사로 가는 길을 알려주지.

하지만 이건 단순히 합장을 하고 고개숙여 인사하는 것하곤 달라. 무언가 가치가 있는 걸 신사에 바쳐야 해.

 

타카히로:
그건 같이 가는 동안 생각해 보도록 하죠. 그나저나, 고마워요, 선배.

 

아리야:
같이? 아, 아냐, 아냐, 타카 도령. 난 같이 가지 않을거야. 해야 할 훈련도 있고, 무엇보다 너 혼자서 걸어가야만 하거든.

지도와 여기로 돌아오는 쉬운 방법을 알려줄 순 있지만, 전부 너 혼자서 해야만 해.

 

타카히로:
아, 같이 안가실 건가요? 그럼 이건 저 혼자서 해야만 하는 모험이겠군요.

 

아리야:
안타깝지만 그렇지, 타카 도령. 잠깐 종이 좀 가지러 갈게. 지도를 그려 줄테니까.

 

 

아리야 선배가 돌아온 후 선배에게서 받은 지도를 따라갔다. 놀랍게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만약 길을 잃었을 경우 돌아오는 방법에 대해선 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그냥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언덕 어디서든 도장의 지붕을 볼 수 있을 거야.'

 

도장 근처의 숲은 내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난관이었다. 나무들을 따라 휘감아진 외길과 이치카와의 누나가 말했던 강이 저 멀리에 있었다.


물론 나는 선배가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가기로 했고, 한 시간 쯤 지나자 신사에 도착했다.

 

 

멀리 외딴곳에 있는 것 치곤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어 있는 신사였다. 누군가가 비밀리에 이곳에 사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어쩌면 비밀 무술의 고수일지도? 속세를 떠난 은자가 조만간 다가올 선과 악의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이 신사에 숨어 지낼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말았다.

 

타카히로:
하지만 아무도 없군...

 

겉만 봐도 신사가 완전히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닿자 짜증스러운 한숨이 나왔다. 건물이 어떻게 저토록 잘 유지되어 있는지는 의문이였으나 일단은 이곳에 온 목적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용기를 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대청 뒤편에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신사 같은 것을 발견했다.

 

 

타카히로:
여기가 모두가 말하던 그 신사인가 보군.

 

받은 지도를 조용히 접어서 가방에 집어넣고 신사에 다가갔다.

 

난 종교적인 관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 시합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행운을 신사에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그다지 큰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타카히로:
솔직히 시합에서 이기는 데 운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데.

 

무술에 운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게 내 견해다. 시합은 이전에 치룬 여러 시합을 통한 경험에서 나온 지식을 사용하는 게 전부다. 그리고 시합에 도움이 될 약간의 재능하고.

 

간단히 말해 '운' 같은 미신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나와 상대가 서로의 경험과 재능을 가지고 겨루는 것이 시합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자 목소리:
흥미롭구나. 소년은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부정했던 바로 그 미신의 힘이 둘러쌓인 곳에 서 있군.

 

목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어디서 난건지 찾아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타카히로:
거기 누구야?

 

여자 목소리:
전형적인 질문이군. 하지만 '어디 있는 거지?' 라고 물어보는 게 더 올바른 질문이겠지.

 

타카히로:
그게 무슨 소리지...? 여기 근처에 숨어있는 게 뻔하잖아.

 

여자 목소리:
그럴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어울려 주지 않겠나.

행운 같은 걸 믿지 않는다면, 도대체 여기엔 왜 온건가?

 

타카히로:
각오를 다지러 왔어.

 

여자 목소리:
오, 소년이 '뭘' 위해서 각오를 다지러 온 건지 조금 더 알려주지 않겠나.

 

질문에 살짝 짜증이 나긴 했지만,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타카히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 유도 시합.

 

여자 목소리:
유...도? 그게 뭐지?

 

타카히로:
...진짜로 유도가 뭔지 모른다는 거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무술이지.

 

여자 목소리:
아~ 그렇다면 소년은 전사로군.

전장에 나가는 게 망설여져 싸우고자 하는 결심을 다지기 위해 이 곳에 온 거로군!

 

타카히로:
전사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여자 목소리:
정말 운이 좋군~ 우연히도 소년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거든.

 

타카히로:
나 같은 사람?

 

여자 목소리:

영웅 말이다. 이 신사는 소년같은 영웅에게 축복을 주는 곳이지.

하지만 제 아무리 훌륭한 영웅이라고 해도, 축복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희생해야만 하지.

 

타카히로:
...다른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와 비슷하군. 그래도 그 쪽이 한 말이 더 마음에 드네.

 

모습을 감춘 여자가 해준 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살짝 웃고선 어울려 주는 셈 치고 참배객으로써 합장를 했다.

 

타카히로:
그 다음은 뭐지? 새전함에 새전을 넣으면 되나?

 

여자 목소리:
어리석은 소리 말거라. 영웅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아.

소년에게는 희생이야말로 더욱 흥미롭고 소중한 것이지.

운명이 소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 놓았는지 지켜보도록 하마.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닿던 순간 마치 머리가 심하게 돌아간 것 마냥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난 뒤로 비틀거리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고, 눈 앞이 흐릿해지던 찰나에 나를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의문의 여성:
행운을 빌어주지. 행운이 필요할 테니까.

 

다시 일어서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 여자를 쳐다보는 것 뿐이었다. 뿔이나 꼬리를 보아하니 무슨 애니메이션의 코스프레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무슨 말을 꺼낼 기회도 없이 눈 앞이 완전히 캄캄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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